2015 책읽기 프로젝트 #1
기다림 by 하진
(2014.12.27~2014.01.05)
2015년의 목표는 총 20권의 책을 읽는 것.적어 보이지만 요즘은 책 한장을 집중력있게 읽어내는 것도 어려운지라..
욕심내지 않고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세우기로 했다. 그 첫걸음은 하진의 기다림이다!
책을 처음 만난 순간 '기다림'이라는 단순한 제목이 매력없다고 느껴졌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책의 내용을 대변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제목이 또 있을까 싶었다. 육군병원에서 근무하는 쿵린이 아내 수위와 이혼하고 여자친구 우만나와 결혼하기 위해 18년을 기다리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수위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우만나와 만남을 갖는 쿵린의 모습. 그래서 책의 첫인상은 '아니 전미도서상을 받았다더니 이건 웬 아침드라마?' 였다.
하지만 아침드라마같이 과격하게 스토리가 흘러가진 않는다. 작가는 담담하게 18년간 일어난 사건과 인물들의 마음을 다루고 있다. 이런 구성은 작가의 세심한 묘사력도 한 몫 거들고 있다. 가끔은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묘사를 하고 있나.. 하고 읽을 때 걸리적거림이 느껴졌지만 (이건 심플한걸 좋아하는 내 취향때문일거다) 덕분에 인물들이 내 마음에 더 가깝게 다가온 것 같다. 또 글의 배경인 중국 문화혁명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보통 기준으로보면 우만나는 대중의 비난을 받는 불륜녀다. 하지만 신식 교육을 받은 쿵린이 부모님의 강요로 전족을 하고 있는 봉건주의를 대표하는 여성 수위와 애정없는 결혼을 했다는 점. 따라서 우만나와 쿵린이 서로를 더 이해해줄 수 있는 관계라는 점. (우만나는 간호사 쿵린은 의사) 에서 둘의 관계는 마음 속에서 어느 정도 용납이 된다.
하지만 쿵린의 찌질함은 찌질함의 대명사인 건축학개론의 이제훈보다 더 찌질하게 다가온다. (스포주의) 대중의 비난이 두려워 수위와의 이혼을 18년간 질질질 끌어온 덕분에 밝고 에너제틱하던 젊은 우만나는 변해버린다. 결혼에 성공하지만 바가지 긁고 날카롭게 변한 우만나는 쌍둥이를 낳고 심장병까지 생긴다. 우만나의 수명이 고작 1-2년 남았다는 것을 알게된 쿵린은 자신이 버린 조강지처 수위에게 돌아가고 싶다며 징징거린다. 아오- 빡침.
18년간의 기다림이 낳은 배드엔딩. 덕분에 작가가 어떤 의도로 기다림을 썼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집착. 우만나는 분명 도망칠 기회가 있었다. 노력을 했다면 다른 남자랑 결혼할 수 있는 기회가 분명있었으니까. (스포주의) 강간을 당한 후, 쿵린의 소심한 대처에도 우만나는 그를 떠나지 않았다. 둘이 함께 할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이미 오래 굳어져버린 관계가 미련이 되었을 탓일 것이다. 그리고 시대. 공산당이 자기가 살 곳과 직업을 정해주는 세상이었고 봉건주의 시대를 지나왔어도 누구의 남자라는 도장이 찍힌 여자가 자유롭게 연애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책은 술술 읽히며 오랜만에 집중력있게 읽을 수 있던 책이었다. 나는 인물들의 관계에 집중해서 보았지만, 문화혁명기 시대의 중국을 느끼고 싶은 분도 재미있게 있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