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나에게는 너무나 멀고 감도 잘 안오는 나라.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등 뭐뭐스탄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라들 중에 하나이고, 중동에 있으니까 이슬람 국가려니- 하고. 웬지 사막에서 양치면서 사는 유목민들이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리고 2001년 9월 11일 이후로는 탈레반의 나라. 테러가 먼저 떠오르는 나라. 거리를 돌아다니면 총을 빵빵 난사해댈 것 같고 사막이라서 덥고 건조하고 먹을 것도 없고. 도저히 사람 살만한 곳이 못되는 군!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사냐?


  이 것이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가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생각이었다. 참으로 웃기는 것은 한국은 위에 북한을 둔 휴전지역이라 거리를 나가면 북한애들이 총을 빵빵 쏴댈 것 같고 식생활은 귀여운 개를 삼시세끼 반찬으로 먹는 불쌍한 야만민족.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사냐? 라고 생각하는 아주 꽈아아아아악 막히고 개념없는 외국인들이랑 별로 다를게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 묘사하는 소련이 침공하고 탈레반이 집권한 이후의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은 내가 상상하는 아프가니스탄의 모습과 비슷하다. 하지만 나는 아프가니스탄이 1000년전부터 그래왔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문제. 아프가니스탄에도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있고, 쇼핑을 할 수 있는 시장이 있고, 사람들이 샌드위치를 싸가지고 소풍도 떠났고, 심지어 눈도 오는 동네였다. 그리고 금발에 푸른눈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설명도 머리를 딩- 하게 만들었다. 몽땅 다 아랍사람처럼 생겼을 것 같은데. 까만 피부를 가진 코카서스 인종 말이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들이 입고 다니는 그런 하얗고 긴 아랍의상만 입고 다닐 것 같은데 청바지도 입는다. 띠용; 


  이 책이 주인공 아미르의 성장을 담은 성장소설이라면 나에게는 다른 문화권에 대한 편견을 가지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준 또 다른 의미의 성장소설이 되었다. 단지 아랍사람이라는 이유로 테러리스트 취급하면서 차별하는 사람들도 다 이런 편견에서 시작하는 거니깐. 페르세폴리스 이후에 또 다른 컬쳐쇼크. 하하  또 한 때는 평화롭던 나라가 전쟁터가 되어버린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고통받는 것은 언제나 힘없는 사람들. 
  

  별 기대 없이 집어든 책이었는데 간만에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냥 12세 정도의 가난하지만 꿈이있는 아프가니스탄 소년들이 연날리기를 통해 쌓는 순박한 우정이야기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프가니스탄의 근현대사와 아미르, 핫산 그리고 바바의 관계가 이끌어내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지금 생각하면 격동적인 우리나라 근현대사와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전반부의 단란한 아프가니스탄의 풍경과 후반부에 탈레반 정권 아래서 사람들을 종교적으로 통제하고 학살을 자행하는 모습이 대비되는 것이 드라마틱하다. 또 겁쟁이 소년 아미르가 핫산을 위해 또 자신의 마음의 죄를 덜기위해 성장하는 모습 또한 책에서 눈을 떌 수 없게 만들었다. 헌신적으로 열심히 일하면서 남자다운 모습을 강조하는 바바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아버지와도 비슷한 점이 느껴졌다. 그래서 더 공감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 책에서 눈을 떌 수 없게 만들다 ' 라는 표현을 써서 생각났는데, 책에서 작가로 성장한 아미르가 상투적인 표현에 대해서 묘사한 부분이 생각이 난다.

 " 전염병을 피하듯이 상투적인 표현을 피하라."  ...(중략).. 나는 상투적인 표현이 부당하게 매도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항상 품고 있었다. 상투적인 표현이 너무나 정확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투적인 표현이 들어간 말은 상투적인 표현이라는 그 말의 본질 때문에 그 정확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p.296)

한 동안 색다른 표현, 튀는 표현, 남과 다른 표현! 에 목을 매어서 표현하고자하는 본질을 놓친 경우가 많았다. 물론 신선하면서 정확성까지 가지는 표현이 최고겠지만, 최근 정확하고 담백한 글쓰기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한 나에게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한 부분이라 맘에 들었다. 작가가 진부한 표현밖에 생각아 안나서 자신을 스스로 변호하기 위해 끼워넣은 것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들지만 ㅋㅋ




  

 
포스팅할 때 쓸 사진을 찾고 싶어서 검색하다가 찾은 연을 쫓는 아이의 3가지 버젼 커버. 

  첫번째 사진은 2003년 우리나라에 첫출간 되었을 때의 표지다. 두번째는 외국버젼. 확대된 버젼으로보면 아프가니스탄 마을의 정경을 담은 사진이다. 근데 색감과 붉은색의 오래되서 벗겨진 듯한 글씨체는... 마치 뱀파이어소설 표지 같지 않은가;;;;;;  그리고 세번째는 요즘 나온 개정판 버젼의 표지. 이 소설이 영화로도 제작되면서 그 영화의 포스터가 소설의 표지화도 된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다. 분쟁이 시작되기 전의 단란했던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이 느껴지는 밝은 색과 어깨동무를 한 두 아이들의 모습. 처음에 봤을 때는 이 모습이 '쳇- 또 착한 척 하는 구만' 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장을 덮고보니 아미르와 핫산의 우정이 떠오르며 마음이 왠지 따듯해졌다. 


  뒷표지에 신경숙님이 쓰신 " 오랜만에 푹 빠져서 읽은 장대한 스케일의 성장소설이다." 라는 표현에 동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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